'숨겨진 보석'…국립공원 못지 않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전 세계 국립공원의 효시가 되고 있는 옐로스톤을 비롯해서 요세미티·로키·글레이셔 국립공원 등 미국은 자연 보호와 함께 야생동물에겐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1872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현재 59개의 국립공원, 그리고 내셔널모뉴먼트ㆍ사적지ㆍ보호구역 등 '내셔널'이란 이름표가 붙은 곳만 모두 409곳, 대개 한 해동안 전 세계에서 3억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 국립공원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언젠가 국립공원으로 승격될지도 모를 내셔널모뉴먼트가 전국에 117군데나 된다. 이 중 78곳은 국립공원국이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립 산림국, 공유지 관리국, 야생동물국이 관리한다. 찾는 이들이 늘고, 보존 가치가 높아지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준국립공원'으로도 불리는 내셔널모뉴먼트로 길을 잡아보자. 서부의 준국립공원을 소개한다. 숨겨진 보석이 따로 없다. ◆캐년 드 셰이, 애리조나 애리조나주 북쪽에 자리잡은 캐년 드 셰이 내셔널모뉴먼트(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는 북미에서 연속된 것으로는 가장 긴 원주민 주거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일대는 거의 5000년간 나바호 원주민의 터전이었다. 수천 년 전 그들이 세운 협곡의 절벽 주거지를 통해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암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노스 림과 일곱 개의 협곡 전망대가 압권인 사우스 림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특히, 800피트에 이르는 두 개의 사암 기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스파이더 록(Spider Rock)은 놓쳐서는 안될 이곳의 명물이다. ◆데블스 타워, 와이오밍 드넓은 들판에 생경하게 우뚝 솟은 이곳은 스티븐 스필버거 감독의 1977년작 '클로스 인카운터'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와이오밍주의 보석이다. 원주민 샤이엔과 크로족의 성지였던 이 데블스 타워 내셔널모뉴먼트(Devil's Tower National Monument)는 최초의 모뉴먼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1300피트 높이의 이곳은 6000만 년 전 화산 폭발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산이 폭발하고 나서 분출되지 못하고 화도 속에 남아있던 마그마가 식어서 굳어진 것이 5000만 년에 걸쳐 주변 지형이 침식과 풍화로 깎여나가자 지상에 드러난 것이다.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유타 넓이가 무려 190만 에이커에 달하는 지역이 거대한 계단 형태를 띠는 퇴적암 지층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런 이름(Grand Staircase National Monument)이 붙었다.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그리고 그랜트 캐년을 잇는 지역으로 델라웨어주보다 넓다. 캐년과 언덕, 폭포, 숲 등 다양한 경치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인근의 국립공원에 밀려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겠다.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워싱턴 1980년 거의 40억 입방 야드에 이르는 산정부가 화산폭발로 인해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거의 230스퀘어 마일에 달하는 숲이 화산재와 진흙에 묻혀버렸다. 태평양 북서부의 거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내셔널모뉴먼트(Mount St. Helens National Monument)는 북미에서 가장 불안정한 산으로 꼽힌다. 존스턴 릿지 전망대와 블로우 다운 포리스트, 스피릿 호수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이 아이러니할 정도로 아름답다. ◆데블스 포스트파일, 캘리포니아 '악마의 기둥'(Devil's Postpile N.M.)으로 불리는 주상절리가 유명한 이곳은 맘모스 스키장 뒤쪽 인요 국유림에 자리하고 있다. 생성연대는 측정방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0만년 전에서 70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수십만년 동안 하나 둘씩 떨어져 나온 정교한 다각형의 기둥들이 발치까지 나둥그러져 있다. 평균 직경 2피트에 길이 60피트에 이르는 기둥들이 거대한 성곽처럼 하늘로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개 겨울 폭풍우가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6월까지 문을 닫는다. ◆존 데이 파실 베즈, 오리건 코끼리, 호랑이, 코뿔소 등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4500만 년 전 화석으로 말이다. 존 데이 강변에 위치한 이곳(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은 식물과 포유류 화석의 분포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2005년 문을 연 공원 내 '토머스 콘돈 고생물학 센터'에서는 500여 점의 세계적인 화석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창 너머로 연구원들이 화석을 연구하는 모습도 볼 수도 있다. ◆뮤어 우즈,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북쪽으로 10마일만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이곳(Muir Woods National Monument)은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마지막 부분에서 챔팬지들이 탈출하여 숲으로 들어가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높고 곧게 뻗은 레드우드숲 속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다를 수 있는 2570피트의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만과 오클랜드 일대의 전경이 일품이다. ◆애드미럴티 아일랜드, 알래스카 짙은 초록색 밀림, 계류를 거스르는 연어, 거친 해안선, 그리고 그리즐리로 불리는 갈색곰 무리들,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Admiralty Island National Monument)이다. 이 섬의 북쪽 해안인 팩 크릭(Pack Creek)은 안전한 거리에서 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주도인 주노(Juneau)에서 불과 서쪽으로 15마일 거리다. 보트나 수상비행기로 가 닿을 수 있다. [사진=해당 주 관광국] 백종춘 객원기자